[Drawing] 오일 파스텔, 나도 대담해질 수 있을까?
- Margo Jeong
- 2021년 9월 1일
- 1분 분량
오일 파스텔로 그림을 그리는 일은 연필이나 붓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뭉툭하고 거친 재료의 독특한 텍스처 때문에 오일 파스텔은 정밀한 묘사가 무척 어려운 분야다.
그림이라고는 학교 다닐 적 좋아했던 소묘나 (끔찍하게 못했던)수채화, 아크릴 페인팅 정도가 전부였던 나로서는 전혀 다른 방식의 오일 파스텔 페인팅이 그렇게 불편하고 어려울 수가 없다.
게다가 섬세함이 가장 자신있는 분야인데 애초에 섬세할 수가 없는 소재라니, 처음부터 재료를 잘못 선택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실제와 같은 세밀한 표현을 할 수 없다는 점, 오일 파스텔의 매력은 바로 거기에서 나온다.
그림에 덩어리가 지도록 거침없이 뭉개고, 그저 명암을 따라서 전혀 다른 과감한 색을 뒤섞는 것.
말이 쉽지, 그림을 그리면서 조심성을 내려놓는다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그림을 그리는 작업보다 마음의 준비를 하는 일이 더욱 어렵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러나 부드럽게 색을 섞고, 진짜 모습처럼 현실적인 색으로 표현하면 오일 파스텔은 어쩐지 재미가 없다.
조금 두렵더라도 용기를 내서 정반대의 색으로 거침없이 그어대면 어설프더라도 재미있는 그림이 나온다.
어쩌면 오일 파스텔을 잘 다루는 것은 낯선 선택을 두려워하지 않는 대담함에 관한 문제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림을 계속 그리다보면 세상 두려움 많은 나도 조금은 대범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은근한 기대를 해본다.
최근 그린 오일 파스텔 그림들.

내가 너무 좋아하는 영화 <레네트와 미라벨의 4가지 모험> 속 미라벨의 방.

우리집 사랑둥이 갱얼쥐 내 사랑 포키도 그려보고.

친한 친구에게 주고 싶어 잘생긴 빌 스카스가드도 그려보고.

새로운 도전을 계속 해보고 싶어 풍경화도 그려보고.
어릴 적 몽글몽글 잘 그려지는 크레용 광고를 볼 때마다 딱딱한 게 싫은 나는 그게 그렇게 갖고 싶었는데
이젠 크레용보다 더 몽글몽글한 오일 파스텔을 칠하고 있으니 소원을 다 푸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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