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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20대와 30대의 징검다리를 건너며         

  • Margo Jeong
  • 2024년 1월 1일
  • 3분 분량


어릴 때부터 나는 항상 달갑지 않은 의미로 조금 특이한 아이였다. 영화 한 편을 보려면 30분간 시외버스를 타고 옆 도시로 가야하고, 좋아하는 맥도날드 소프트콘은 크리스마스 날에나 겨우 차로 2시간 걸리는 근처 광역시 백화점에서 구경할 만큼, 작고 작은 도시에 살았던 나는 대부분 시간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큰 세상에 관해 아주 구체적으로 상상하며 보냈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조용한 소도시에서 내가 꿈꾸는 것들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마음 속에 가득한 수많은 질문을 물어볼 수도, 답을 구할 수도 없어 그저 '나는 왜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 수 없을까?' 스스로를 의심하며 주눅들 뿐이었다. 어린 시절의 작은 세상에서 나는 언제나 '부적응자'였고, 슬프게도 그 고민의 여파가 너무나 커서 지금까지도 자기 의심을 멈출 수 없는 극복의 과정에 있다.

세상을 다르게 보기 시작한 건 스무 살이 되고 내가 생각했던 가장 큰 세상, 서울로 고집스레 떠나온 뒤부터였다. 이곳에서도 나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내가 모르던 세상을 눈으로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 모든 게 헛된 것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때부터, 나는 내가 원하는 답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 헤맸다. 나의 작은 세상에는 단 한명도 없던 그 사람들이 sns가 갓 태동한 모바일 세상과 이제 내가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게 된 영화관 스크린 안에는 가득했다. 모두 내가 꿈꾸는 것들을 그대로 믿고 이루고 만드는 사람들이었다. '나는 특이한 것도 부적응자도 아니고, 나와 같은 또 다른 사람이 더 큰 세상의 어딘가에도 이렇게 존재하는구나.' 내 인생의 가장 큰 깨달음이자 슬픔이었다.

20대의 나는 아무에게도 물을 수 없었던 질문들을 뒤늦게 퍼부으며, 내 세상을 완전히 새롭게 구축하느라 에너지를 전부 썼다. 매일같이 나를 이해해줄 사람들을 찾아 사람들이 쓴 이야기를 읽었고, 사람들이 만든 영화를 봤다. 남들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20대, 나는 인생에서 가장 괴롭고 긴 시간 슬픔과 분노에 잠겨 있었고, 그러나 처음으로 다른 세상 어딘가의 사람들에게 이해받을 수 있었다.

2023년 이후, 새로운 만 나이 적용과 폐지된 빠른 생일이 더해져 나는 30살도, 29살도, 28살도, 생일 전까지는 27살까지도 될 수 있는 희한한 나이가 되었다. 이 말을 하는 이유는, 기술적인 나이는 이만큼이나 의미 없다는 뜻이다. 짧은 인생 내내 꿈꿔왔지만, 단 한번도 의심을 놓지 못하던 삶을 누군가는 진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진정으로 믿게 된 그때서야 나는 내 삶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어른이 되었다. 더 큰 세상을 보고 자랄 수 있었다면 조금 덜 불행했을까 하는 생각을 매일같이 했지만, 이제는 그런 생각은 하지 않는다. 세상은 무한히 넓고, 나 같은 사람은 반드시 어딘가에 한 명은 더 존재한다. 내 작은 세상에 없다면, 만날 수 있을 때까지 찾아나서면 된다. 내가 원하는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사람들을 찾고 또 찾다 보면, 그저 허상같던 내 꿈은 누군가가 살아가는 진짜 세상이 될 수 있다.

사람은 사회적인 존재다. 혼자라고 생각되면 반드시 외롭고 불안하며, 자신을 위로해줄 누군가를 찾는다. 특히나 불안도가 높은 나는 아직도 매일같이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고, 영화를 보며 마음 속 의구심에 해답을 찾아 다닌다. 신기하게도 결코 답이 없는 질문은 없다. 내게 필요한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은 내 주변에 없더라도, 어딘가에 정말로 꼭 한 명은 존재한다. 오늘도 나는 내적 친분 가득한 랜선 언니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용기를 얻었고, 위로를 받았으며, 다짐을 했다.

인생의 목표를 잘 다잡고 싶어서 매일 고민을 거듭했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을까? 내가 꿈 같은 삶을 살 수 있을지는, 말했다시피 아직도 완전히 슬픔을 극복한 게 아니라 매우 자신이 없다. 그러나 작고 작은 내 세상이 전부인 줄 알고 절망에 빠져 있던 나를 구해준 이들처럼, 나도 언젠가는 길을 잃어버린 어린 이들에게 더 큰 세상을 보여줄 수 있는 든든한 어른이 되고 싶다. 내 경우와 달리, 이왕이면 주변의 누군가에게도 위로와 용기가 되어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다른 삶을 살고 싶다면 다르게 행동하면 됩니다." 최근의 나에게 가장 큰 울림을 준 말이다. 이제 더 이상 스스로를 의심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내가 아무리 헛된 일을 꿈꾸더라도 세상 어딘가에 단 한 명은 그걸 믿고 이룰 것이고, 그렇다면 그건 더 이상 헛된 일이 아니다. 내가 꿈꾸는 모든 걸 위해 '행동'하고, 내가 원하는 세상을 계속해서 찾아가는 것. 그 여정 안에서 도움이 필요한 이들과 기꺼이 이야기를 나누는 것. 30대의 나는 이제 이걸 해내기 위해 또 10년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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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 by Margo J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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