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나만 좋아하는 던킨도너츠
- Margo Jeong
- 2020년 6월 7일
- 2분 분량
어릴 때 가끔 던킨도너츠가 눈에 띄면 어김없이 엄마와 아빠는 저긴 딸기잼 도넛이 제일 낫고 나머진 다 맛도 없다고 했다. 나보다 5살이 더 많아 금방 자란 언니도 곧 던킨도너츠는 딸기잼 도넛 말곤 다 별로라고 했다. 그들이 곧 세상 전부였기에 나는 아주 오랫동안 던킨도너츠는 딸기잼 말고는 다 별로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것이 사실은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된 건 내가 스무 살이 되고 집을 떠나면서 혼자 던킨도너츠에 가보았을 때다. 내가 살던 도시는 아주 작아서 던킨도너츠를 가려면 시내까지 나가야 했는데, 그러기엔 나에겐 아주 많이 용기가 부족했다. 그때의 나보다 어린 친구들도 시내에 잘만 나가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늘 혼자 세상으로 나갈 자신이 없었던 것 같다. 게다가 굳이 가족들이 맛없다고 하는 던킨도너츠를 먹으려고 그 용기를 내야 한다니! 그런 이유로 나는 서울에 와서야 처음 스스로 던킨도너츠를 사 먹어봤다. 몇 번씩 사 먹으면서 점차 나는 내가 다른 가족들과 달리 이 싸고 기름진 도넛을 좋아한다는 것, 딸기잼은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 맛없다고 했던 다른 도넛들도 모두 나에겐 맛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때 알았다. 엄마, 아빠, 언니는 나와 같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 나와 그들은 같은 사람이 아니었다. 그들 역시 서로가 다른 사람들이었다. 그들에게 맛없는 던킨도너츠가 나에겐 맛있을 수 있는 것이었고, 그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나에게 무조건 옳은 것은 아니었다.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나에게도 가치 있는 일은 아닐 수 있고, 그들이 틀렸다고 생각하는 것이 나에게도 반드시 틀린 일은 아닐 수 있다.
삶에서 여러 가지 선택이 낳은 결과로 고생이 많았던 엄마는 내가 언제나 최선의 선택만 하길 바랐기에 늘 곁에서 많은 조언을 해주었다. 그래서 나는 항상 던킨도너츠에서 딸기잼 도넛 외에는 고르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나는 내가 싫어하는 딸기잼 도넛이 아닌 진짜 내가 좋아하는 도넛을 찾기 위해 다른 것들을 모두 사 먹어봐야 했다. 가족들이 아무리 나를 도와주려 해도 결국 나는 모든 바보 같은 시행착오를 겪고 스스로 나를 찾아내야 하는 사람이었다. 이제야 느껴지는 그들의 다정함이 고맙지만, 그럼에도 나는 미안함을 숨기고 내가 선택하는 길을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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