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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ttery] 닥스훈트는 세상에서 오이를 제일 싫어해

  • Margo Jeong
  • 2020년 6월 7일
  • 2분 분량



나에게는 17살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10년 넘게 함께해온 친구가 있다.

까맣고 허리가 길어 아주 오랫동안 닥스훈트라고 불리고 있는 내 친구.

그녀와 나는 식성이 하나부터 열까지 맞는 게 하나도 없다.


재밌는건 우리는 평소에는 그 사실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대화에서 음식만 주제로 하면 서로 격하게 반대 입맛을 지향하는 지라,

이렇게 다른 식성으로 어떻게 십년 넘게 싸운 적이 한 번도 없는지 서로 신기해하곤 한다.


둘다 싫어하는 음식들이 많이 있지만, 닥스훈트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것은 바로 '오이'다.

오이, 수박, 메론 등등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 과일들을 닥스훈트는 냄새도 맡기 싫다고 한다.



도자기를 처음 만들러 다녔을 때부터 나는 내 친구 닥스훈트에게 꼭 선물을 해주고 싶었다.

바로 '오이를 싫어하는 닥스훈트'가 담긴 작은 반찬 그릇!

이렇게 말을 했지만 닥스훈트는 물론이고 그 어느 누구도 내가 어떤 그릇을 만들지 상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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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을 고민하면서 내가 (개발새발로) 그렸던 도안.

말 그대로 닥스훈트가 오이를 잔뜩 경계하고 있는 귀여운 모습을 도자기로 만들 생각이었는데,

많은 고민 끝에 이들을 접시 한가운데로 배치하기로 하고 만들기에 돌입했다.


지난 번과 다르게 이번에 선택한 흙은 새하얀 색을 띄는 백토.

닥스훈트의 어두운 털색과 오이가 돋보이기를 바랬다.





흙에 색 가루를 섞어 반죽을 하고, 작은 닥스훈트를 만들어내는 과정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나... 정말 진로를 바꾸어야 하는게 아닐까...? 하는 고민을 진심으로 했던 순간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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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든 직후의 모습. 다시 봐도 너무 잘 만들었는걸...(자화자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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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저 완벽한 닥스훈트의 모습! 오이의 배치!

내가 만들었지만 내 기대보다 더 잘 나와서 뿌듯함을 숨길 수가 없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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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벌구이를 하고 난 뒤 닥스훈트의 얼굴을 물감으로 그려주었다.

이제 이걸 유약을 바르고 가마에 구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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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 내가 상상했던 그대로 새하얗고 귀여운 반찬 그릇이 완성되었다.

그릇 형태도 안정감있고 색도 선명하게 잘 나와서 너무나 만족했던 작품.

백토 특유의 새하얀 색깔이 심심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무척 깔끔하고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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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너무 귀엽지 않은가? 닥스훈트가 오이를 완전 경계하고 있어!

디테일한 표정을 그리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신중하게 눈동자를 찍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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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사이즈는 이 정도. 딱 반찬 그릇으로 사용하기 좋은 사이즈다.

작은 문제는 저 닥스훈트와 오이 사이에 이물질이 낄 확률이 높아 실사용이 조금 어려울 것 같다는 점...ㅎ

그래도 귀여우니 어때! 선물을 받은 닥스훈트도 무척 만족했다. 특히 닥스훈트의 표정이 마음에 든다며ㅎㅎ



정성스럽게 만든 작품을 누군가에게 선물로 주는 것이 아깝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나는 만들고 난 결과물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만드는 과정이 가장 즐거운 사람이기에, 오롯이 만들기를 즐기고 나면 작품을 누군가에게 선물하는 것이 더 행복하고 뿌듯한 기분이 든다.

앞으로도 남들에게 주기 위한 것들을 더 많이 만들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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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 by Margo J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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