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ttery] 첫 도예, 그 시작은 채소로부터
- Margo Jeong
- 2020년 4월 2일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2020년 5월 2일
처음 도예를 배우기로 결심했을 때 계기가 되었던 한 도예가의 작품이 있다.
사진을 클릭하면 그녀의 인스타그램에서 더 많은 작품을 볼 수 있다.
너무 귀엽지 않나! 이런 도자기를 여태 본 적이 있는가!
어릴 때 도예와 인연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줄곧 도예를 싫어했는데, 어쩐지 도예는 색깔이나 모양이 촌스럽고 별로 재미있는 예술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케이트 슈래더(Kate Schraeder; 그녀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친절히 발음하는 법을 표시해두었다)의 이 작품은 내가 가지고 있던 도예에 관한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부수는 너무나 사랑스럽고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그래서 평소 도예를 배우고 싶었다던 자매를 유혹! 우리는 코로나가 들끓던 3월 조심스레 2:1 프라이빗 도예 수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평소 채소 이미지를 좋아하는 나였기에, 도자기로 된 미니어처 채소를 만들고 싶다는 열망에 휩싸였다.
케이트 슈래더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원대한 "채소밭 밥그릇"이라는 목표 설정.
이렇게 직접 도안까지 그려가는 열정을 보였다.

도안을 보니 새삼 얼마나 야심찼는지 웃음이 조금 난다.
나름대로 선생님한테 잘 그렸다고 칭찬받은 도안ㅋㅋ
여튼 이런 형태의 밥그릇을 만들기로 하고, 작업을 시작한 순간 고난 역시 시작되었다.
밀대로 판을 균일하게 밀고 몰드에 씌운 뒤 잘라내 볼을 만들고, 다시 거기에 채소밭을 설치할 판을 달아야하는 어려운 작업.
사실 이렇게 어려운 줄 모르고 무모하게 시작한 건데, 옆면에 붙은 판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정말로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판이 지지대가 없이도 기울어지지 않게 수정 또 수정. 왜 이 디자인으로 만들겠다고 했나 후회를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그래도 어찌저찌 완성한 모습.
생각보다 크고 투박한 모습에 아쉬웠는데, 친구들이 뚝배기냐고 놀려대서 얼마나 웃겼는지 모른다ㅎㅎ
분명 구우면 아이보리빛 예쁜 색상이 되는 걸 알지만... 구우면 크기가 줄어들기 때문에 크게 만들어야 하는 것도 알지만... 지금은 내가봐도 그냥 커다란 갈색 뚝배기인걸...ㅋㅋㅋㅋ
선생님이 샐러드 볼 정도로 부르자고 해서 아주 기쁘게 협상.
어쨌든 한 주가 지나 드디어 미니어처 채소 도자기를 만들게 되었다!
'세상에서 채소 만들기가 제일 쉬웠어요.' 하고 말하는 듯한 내 분주한 손.
정말이었다. 좋아하는 것이라서일까? 너무나 수월하게 순식간에 미니어처 채소 뚝딱!
다만 원래 채소 밭을 만들 생각이었으나 불안정한 구조 때문에 그냥 채소를 얹기로 변경.
흙에 안료를 섞어 색을 만들면 물감으로 채색하는 것보다 깔끔하고 선명한 색깔을 낼 수 있다고 한다.
나는 선명하고 귀여운 채소를 원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흙에 색을 넣기로 결심했다.
그렇게해서 완성된 채소들.

아이 귀여워! 너무 귀엽지 않나?(자화자찬)
계획도 없이 손 가는 대로 뚝딱 만든 것치고 정말 잘 나와서 너무 만족했던 채소들.
이들을 이제 건조 후 초벌구이하면 이렇게 본래의 색상이 나온다.


벌써 귀여워!
아쉽게도 건조되는 과정에서 약간의 금이 있었지만, 그정도는 야채를 올리면 커버할 수 있기에 OK.
이제 유약을 얹어 굽기만 하면 된다.
유약 역시 다양한 색깔은 물론이고 유광, 반유광, 무광까지 반짝임을 다르게 할 수 있는데, 나는 색 없는 반유광 유약을 선택했다.
이제 채소들을 다시 그릇에 잘 배열해서 유약을 얹고 구우면...


네, 영롱합니다. 너무 귀엽지 않나요...?

채소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너무나 사랑스럽게 잘 구워져나왔다ㅠㅠ
기대보다 훨씬 귀엽게 나온 모양새에 기뻐서 할 말을 잃음...


다시 보고 또 봐도 귀엽다.
너무 귀엽다.

다이어리에 붙여두고 싶어 (필름을 한 통 쓴 끝에) 드디어 흐릿한 인스턴트 사진을 한 장 얻을 수 있었는데, 붙이려고 보니 미리 꾸며둔 페이지 디자인과 꼭 맞는 톤이라 기분이 좋아졌다.
여러분 도예하세요... 마음이 행복해진답니다...


댓글